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핀테크 업계 파이오니어... "中企도 글로벌 시장 노려야"

"조국은 한국, 우린 지구인, 세계를 공략하라"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핀테크 업계 파이오니어... "中企도 글로벌 시장 노려야"


파이오니어(개척자)

그를 일성으로 표현하자면 이 말일 것이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월드핀테크협회 회장과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길이 없는 곳만을 헤쳐왔다. 이 때문에 많은 장애물을 만났다. 함께한 팀원들도 힘들었다. 20년쯤 하다 보니 이젠 후배들에게 말할 수 있다.

다양한 허들을 만날 텐데 그거 붙잡고 씨름하지 말라고. 대안은 넘쳐나고 시간은 쏜살같다고.

국내 산업계에서 남보다 앞서가다 보면 흔히 만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규제'다. 기존에 없던 획기적인 것을 개발해도 규제란 벽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벤처기업들의 고충이기도 하다.

박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규제란 벽이 가로막을 때마다 '칠전팔기' 각오로 그것을 뚫고자 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원점 회귀였다. 그 덕분(?)에 금융당국 및 대기업에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박 대표는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중성부력'(中性浮力)을 강조한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물속에서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을 때의 부력을 말한다. 중성부력을 잘 찾아야 잠수를 즐길 수 있다.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고 냉정히 중심을 잡으란 게 그의 의중일 테다. 

"중성부력을 찾아라. 관철되지도 않을 규제에 목매지 말라. 규제 때문에 안 되는 게 있다면 해 달라고, 고쳐 달라고 당국에 매달리지 말라.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서 나가떨어질 뿐이다. 그냥 그 제품을 환영하는 마켓이 있는 나라를 공략하라."

국내 핀테크 분야의 산증인으로서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주로 하는 얘기다. 이런 그의 조언에는 까닭이 있다.


◇무슨 일 있었나. 산 넘어 산... 규제


2009년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첫 출시됐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아이폰으로 처음 산 물건이 뭘까. 책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통해서다. 당시 아이폰 브라우저 '사파리'에선 기존 방식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없었다. 모바일 쇼핑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럼 알라딘의 모바일 쇼핑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페이게이트의 '간편 결제 시스템' 덕분이었다. 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간편 결제를 기획, R&D(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세계 어느 나라의 소비자이든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와 현지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로 간편히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렇게 해서 2008년 국내 최초로 나온 게 '액티브X'를 깔 필요 없는 '간편 결제 시스템'이었다. 방식은 이랬다. 소비자가 어떤 쇼핑몰에서 1만원짜리 제품을 산다고 치자. 먼저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결제를 누른다. 임의의 금액 9217원이 가승인되면서 문자메시지가 날아 온다. 이를 확인한 고객은 '9217'을 인증창에 입력한다. 그 즉시 가승인된 9217원이 취소되면서 정상 결제 금액인 1만원이 최종 승인된다. 카드 번호는 최초 구매 시 한 번만 등록하면 된다.

페이게이트가 이 같은 시스템을 내놓았을 땐 공인인증서, ISP, 안심클릭 등이 전부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2009년 아이폰이 상륙했다. 알라딘은 국내 최초로 '액티브X' 없는 간편 결제 솔루션을 얹어 화제가 됐다. 페이게이트 작품이다.

아이폰으로 하는 첫 쇼핑이 가능해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박 대표는 알라딘에서 해당 결제 솔루션을 내려야 했다. 금융 당국이 제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인증은 카드사만 할 수 있는 건데 왜 페이게이트가 하느냐'였다.

박 대표는 '우리는 왜 안 되느냐'며 몇 년간 고군분투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다시 알라딘에 해당 솔루션을 올렸다. 이번엔 카드사들이 반발했다. 상당수 카드사가 알라딘 측으로 결제 중단 통보를 해왔다. 그때도 당국은 카드사 쪽으로 손을 들어줬다.

페이게이트는 간편 결제 솔루션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내놨지만, 아직까지 이 시장에 진입 못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박 대표는 "이 사례 외에도 수두룩하다"면서 "늘 규제에 막혔고 남 좋은 일만 해왔다"고 했다. 

또 그는 "현재 많은 국내 소비자가 해외 직구를 이용하지만 아직까지 외국인들이 국내 쇼핑몰로 들어와 결제하는 건 힘들다"며 "여전히 '한국형 간편 결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만 안주 안 해. 글로벌 PG(전자결제대행)사로...


"조국은 한국이지만 우리는 지구인이다. 가장 유리한 곳에 사업자를 내고, 가장 큰 시장이 있는 곳에 제품을 팔아라."

박 대표가 늘 외치는 말이다. 실제 페이게이트의 비즈니스도 글로벌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세이퍼트' 기반의 PG 시스템을 이용한 기업은 8000여개에 달한다. 이 고객사들의 거래 종류가 '한국에서 외국으로 판매', '외국에서 한국으로 판매', '외국에서 외국으로 판매'인 것이다.

'세이퍼트'는 페이게이트가 2003년 개발해 내놓은 핀테크 플랫폼이다. 처음 시작은 다수의 고객에게 돈을 나눠주는 자동화 시스템이었다. 

1998년 PG사로 설립된 페이게이트. PG사, 결제대행사를 애기하는 건데 말 그대로 결제를 대행하는 회사다. 마진은 수수료다. 이를테면 카드사는 소비자의 최종 결제 금액에서 카드 수수료를 떼고 PG사로 입금한다. PG사는 여기서 다시 자신들의 수수료를 제한 뒤 가맹점으로 최종 입금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PG사는 수많은 고객(가맹점)에게 결제 대금을 보내야 한다. 페이게이트의 경우 사업 초창기 4명의 직원이 하루 종일 앉아서 가맹점에 돈을 입금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보니 에러도 곧잘 났다. 이걸 완전 자동화한 게 '세이퍼트'다. 

지금은 최상위 핀테크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전자결제와 송금(외화 포함), 가상화폐 등을 아우른다. 특히 최근 새롭게 문 여는 P2P(개인 간 거래) 랜딩 업체 대부분이 세이퍼트를 도입하고 있다. P2P 업계에서 '킬러 플랫폼'인 셈이다. 세이퍼트를 도입하면 별도의 뱅킹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구축 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홈페이지만 만들어 바로 스타트할 수 있어 P2P 랜딩 비즈니스의 진입장벽을 낮춰 준다.

가상화폐 영역에서는 세이퍼트로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자금 세탁 방지에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지난 한 해 세이퍼트를 거친 거래 총액은 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감사 기준으로 △전자결제액=780억원(국내 360억원, 해외 420억원) △국제 정산 대행액=3221억원(한국→해외 821억원, 해외→한국 2400억원) △P2P 랜딩=5190억원이다. 모두 합계 9191억원. 

박 대표는 "최근 유럽 27개국에서 세이퍼트 상표권을 획득했다"면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실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했다. 

페이게이트 본사에는 프랑스 베트남 대만 등 9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일한다. 해외 법인은 미국 일본 룩셈부르크 등 7개국에 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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